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 가듯 / 고정희
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 가듯
새벽에 당신 사는 집으로 갑니다.
깨끗한 바람에 옷깃을 부풀리며
고개를 수그러뜨리고 말없이 걷는 동안
나는 생각합니다.
어제 부친 편지는 잘 도착되었을까
첫 줄에서 끝 줄까지 불편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문은 열어두지 않았을까
아예 열쇠 수리공을 부를까
아니야, 그건 일종의 폭력이야
새벽에 어울리는 단정한 말들만이
내가 그에게 매달리는 희망인가?
신은 그 희망으로 목걸이를 약속하셨지
눈물로 혼을 씻는 자에게만 주시는 목걸이
아침이슬이 몸에 오싹하도록 걷고 또 걸어
나는 당신 집 앞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문은 굳게 닫겨 있습니다.
삼백여든아홉 번째 부자를 누르지만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품속에 간직한 초설 같은 편지 한 장
문틈에 꽂아놓고 하늘을 봅니다.
어제 부친 편지가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조심스러움과, 그럼에도 그치지 않고 또다시 편지를 부치는 저 끈질김이 동시에 필요하다. 삼백여든아홉 번 초인종을 누르고도 돌아서기 전, 해가 뜨면 곧 녹아버릴 초설의 편지를 놓아두는 저 절실함과 낙관이 필요하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품속에 간직했던 초설 같은 사진과 글은 나의 향기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妙香은 아닐까.
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 가듯
새벽에 당신 사는 집으로 갑니다.
깨끗한 바람에 옷깃을 부풀리며
고개를 수그러뜨리고 말없이 걷는 동안
나는 생각합니다.
어제 부친 편지는 잘 도착되었을까
첫 줄에서 끝 줄까지 불편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문은 열어두지 않았을까
아예 열쇠 수리공을 부를까
아니야, 그건 일종의 폭력이야
새벽에 어울리는 단정한 말들만이
내가 그에게 매달리는 희망인가?
신은 그 희망으로 목걸이를 약속하셨지
눈물로 혼을 씻는 자에게만 주시는 목걸이
아침이슬이 몸에 오싹하도록 걷고 또 걸어
나는 당신 집 앞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문은 굳게 닫겨 있습니다.
삼백여든아홉 번째 부자를 누르지만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품속에 간직한 초설 같은 편지 한 장
문틈에 꽂아놓고 하늘을 봅니다.
어제 부친 편지가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조심스러움과, 그럼에도 그치지 않고 또다시 편지를 부치는 저 끈질김이 동시에 필요하다. 삼백여든아홉 번 초인종을 누르고도 돌아서기 전, 해가 뜨면 곧 녹아버릴 초설의 편지를 놓아두는 저 절실함과 낙관이 필요하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품속에 간직했던 초설 같은 사진과 글은 나의 향기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妙香은 아닐까.



최근 덧글